지하수 600톤을 담던 가락시장 사거리의 정수탑이 공공미술로 재탄생했다. 서울시는 5월 31일 공공미술 작품 ‘비의 장막’(Rain Veil, Ned Kahn 作)을 시민들에게 선보인다. 가락시장 입구에 깔대기 모양의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은 1986년 축조된 이후 2004년 가동 중단된 서울에 단 하나 남은 급수탑이다. 시는 이 구조물을 공공미술 작품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지난해 일반공모와 지명공모를 병행하는 ‘국제복합공모’를 진행, 4명의 지명작가와 29팀의 국내 작가가 참여한 가운데 미국의 설치미술가인 네드칸의 작품이 작년 8월 최종 당선됐다. 1년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됐다. ‘비의 장막(Rain Veil)’은 대기의 순환으로 만들어지는 비의 물성을 담아 바람에 출렁이고 움직이는 장막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바람과 햇빛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장면을 연출하는 이 작품은 바라보는 방향과 눈높이에 따라 다채로운 광경을 보여준다.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설치미술가이자 건축가인 네드 칸은 자연현상과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추구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대표작으로는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의 인공폭포 ‘레인 오큘러스(Rain Oculus)’(2011), 미국의 뉴욕 아쿠아리움(2018) 등이 있다. ‘비의 장막’은 정수탑 상부 지름 20m, 하부지름 8m의 원을 100개의 수직선으로 연결하고 하부의 원을 122도 회전시키며 생기는 자연스러운 곡선을 그대로 구현하였다. 교차하는 100개의 선들 사이에 생기는 1,650개의 마름모형 틈새는 바람에 흔들리는 33만 여개의 작은 듀라비오(Durabio) 조각으로 채워 거대한 키네틱 아트(Kinetic Art)를 완성하였다. 주재료로 쓰인 듀라비오(Durabio)는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전분을 가공해 만든 친환경 바이오 소재다. 작품형태, 움직임과 재료를 구성함에 있어 작가는 최대한의 자연스러움과 지속가능성을 강조하였다. 듀라비오는 일반 플라스틱보다 강하고 투명도가 높아 자동차용 내외장재에 사용되는 소재로 탄소저감에 기여하는 플라스틱이다. 정수탑 외부가 대기 중 물의 순환과 비의 물성을 표현했다면 정수탑 내부에는 바다의 단면을 형상화한 ‘바다의 시간’이 설치된다. 30년간 높아진 바다의 수위 변화를 6가지 색으로 표현해 100명의 시민이 직접 만든 레진아트(Resin Art) 작품이다. 작품 하단에 조성된 거울 연못은 작품과 하늘을 반사하고 밤에는 4개의 색으로 서서히 변화하는 빛을 비추어 예술적인 밤과 낮의 풍경을 이룬다. 이와 함께 조성된 2,000여 평의 가로정원은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과 가락시장 유통인의 일상 가까이에 녹색의 휴식을 더하는 공간으로 조성되었다. 31일 작품 개장식에는 작가팀이 방한해 작품을 직접 설명하며,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민과 어린이도 함께 한다. 부대행사로 가락시장 유통상인과 1인 아티스트가 함께 여는 상생시장 ‘가락×아트마켓’(13:00~18:30)이 운영되며 시민들에게 제철 채소와 과일, 수산물, 미술·디자인 소품을 30%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개장식에는 서울시의 수돗물 ‘아리수’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홍보 트럭이 함께 운영되며, 텀블러를 지참한 시민들에게 아리수, 아리수 아이스티, 아리수 아메리카노 등의 음료를 무료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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