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부터 소개하는 음식은 인천 지역에서 유래되거나 유명한 음식이다. 감자탕과 닭강정을 먼저 소개할 텐데, 글쓴이도 이 두 음식이 인천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다. 즐거운 소개가 되었으면 좋겠다.
감자탕
감자탕의 유래 : 감자탕의 원조는 삼국시대부터 전라도 지방에서 먹었던 음식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우리 선조들은 소고기를 선호하여 돼지를 많이 사육하지 않았다. 돼지는 잡식성이라 사람과 먹이 경쟁을 하기에 사육하기가 버겁기도 했다. 그러나 평야가 많아 농작물 생산량이 많았고 주식인 쌀농사의 부산물인 청치와 쌀겨(미강)가 많았던 전라도 지역에서는 돼지를 키울 수 있었다.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위해 개, 닭, 말, 소를 도축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개는 사냥과 집지키기, 닭은 계란생산, 말은 운송과 군사적 쓸모가 있는 가축이었고, 소는 농경에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대신에 돼지를 잡았는데, 돼지 등뼈에 붙어있는 살코기를 먹기 위해서는 푹 삶아야 했다. 그러던 중에 돼지 뼈를 우려낸 국물에 채소를 넉넉하게 넣은 음식을 만들어 뼈가 약한 사람이나 환자들에게 먹였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조선후기에 근대화로 인천항이 개항되면서 전국의 사람들이 몰려와 다양한 음식문화를 갖추게 된 인천에서 감자탕이 서서히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였다. 특히 서양인들이 인천을 통해 출입을 하게 되면서 인천지역에서 육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였고 이에 따른 부산물의 양도 증가하며 감자탕이 정착하게 되었다. 1890년대 후반 경인선 철도 공사가 한창이던 시절에는 인천에 동원된 인부들과 인천 부두 노동자들 사이에서 감자탕이 큰 인기를 끌었다. 더욱이 1916년 현 인천 동구청 자리에 대형 도축장이 들어서면서 식재료 공급이 좀 더 원활해지며 인천의 대표음식이 되는 기반이 되었다. 감자탕은 육체적 노동강도가 높은 인부들에게는 체력회복과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되고, 열랑이 높고 포만감이 들면서 싸고 맛이 강한 감자탕이 술안주나 영양보충을 위해 아주 적합한 음식이였다. 재료 손질에 손이 덜 가서 한꺼번에 많은 양을 만들 수 있고 푸짐한 것도 장점이었다. 1900년 한강철교 공사 막바지에 이른 노량진 근처에서 한동길이라는 사람이 '함바집(はんば, 飯場)' 형태의 감자탕집을 운영하며 점차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돼지 등뼈에 단백질, 칼슘, 비타민 B1 등이 풍부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금은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영양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감자탕 상세 설명 : 감자탕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가장 유력한 설은 인천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구한말 개항 시기인 1899년 경인선 철도공사 때 인부들 사이에 인기 있던 음식에서 나왔다는 설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으로는 개항 이후 인천항을 출입하기 시작한 외항선들의 스테이크용 고기에 대한 수요로 인천에 대형 도축장(현재 인천 동구청 자리)까지 들어서게 됐는데, 이들이 살코기를 가져가고 나면 뼈 부위가 많이 남게 되고 이를 이용한 요리법이 발전하게 됐다는 것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뼈 국물 요리이기 때문에 인기가 많은 편이다. 비슷하게 뼈를 이용한 국물 요리인 설렁탕이나 곰탕과 비교하면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를 가리기 위해 들깨가루를 필두로 향신료와 양념이 가득 들어가 붉게 물든 국물에 고소하면서도 살짝 매콤한 맛이 차별점인 요리. 이렇게 붉은 국물을 내는 요리 중에는 육개장도 있으나, 육개장보다 고기의 식감이 확연히 살아나기 때문에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특히 좋아한다. 또한 특유의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 덕에 해장에도 좋고, 고기를 뜯어먹는 맛에 인기 있는 음식이다. 외국인들도 굉장히 좋아하는 음식이다. 한국 여행을 다녀온 외국인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들'을 나열해 보라고 하면 항상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을 정도이다. 부드러운 식감의 등뼈 고기, 그리고 비교적 맵지 않고 특유의 감칠맛이 강한 국물이 그 이유인 듯하다. 특히 감자탕과 비슷하게 돼지 등뼈로 우려내는 돈코츠 육수에 익숙한 일본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한국 음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일본에는 코리아타운 등지에 감자탕 식당이 다수 입점해 있으며, 숙취 해소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조리법 또한 현지화한 것이 아닌 한국식 조리법 그대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식으로 현지화된 감자탕도 있는데, 뼈가 들어가 있지는 않고 그저 뼈에 붙은 고기를 잘 발라서 아주 달달한 고추장국 비슷한 국물에 끓인 거다. 들깨가루나 깻잎은 없지만 감자는 있다. 동남아시아인들에게도 반응이 좋은데, 필리핀 같은 나라에는 비슷한 요리가 있다고 하니 거부감 없이 다가온다고 볼 수 있겠다.
뼈째로 조리하는 특징 때문에 고기 건더기를 먹고자 한다면 뼈 사이사이에 붙은 고기를 잘 발라 먹어야 한다. 때문에 게 등의 갑각류 요리처럼 먹을 때마다 번거롭고 손이 더러워져서 먹기 귀찮아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반대로 후라이드, 양념 치킨처럼 뼈 사이에서 고기를 쏙쏙 빼먹는 것을 재미있어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뼈를 발라내는 것이 다소 힘들지만, 돼지 뼈 마디를 먼저 분리하고 사이에 속살을 파내어 먹는데 익숙해지면 비교적 먹기 쉽다. 묵직한 뼈 사이에 살코기가 뭉탱이로 들어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가시가 박혀있는 생선류와 비교하면 그렇게까지 까다롭진 않다. 그냥 뼈를 하나하나 발라가며 먹는 방법도 있고, 뼈에서 잘 발라지는 살은 떼서 국에 다시 넣고 뼈를 골라낸 다음 국에 밥을 말아서 순살과 같이 먹는 방법도 있다. 발라내는 것이 다소 번거로워서 그렇지, 감자탕의 고기는 특성상 오래 익혀 야들야들하고 국물이 잘 배어있기 때문에 맛으로는 호불호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식당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요리지만, 가정에서 해먹기에는 뼈 요리들이 으레 그렇듯 시간이 많이 드는 음식 중 하나이다. 감자탕은 육수도 육수지만 뼈에 붙은 고기도 핵심인 요리이기 때문에 상당히 오랜 시간 끓여야 한다. 제대로 끓이지 않으면 고기가 질기고 뼈에서 잘 뜯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이런 부류의 요리가 으레 쓸 수 있는 '기성품 육수'를 사용한다는 선택지도, 위에서 언급한 고기 문제 때문에 감자탕에서는 쓰기 어렵다.
대부분의 감자탕집에선 감자를 넣지 않고 뚝배기에 담겨져 나오는 것을 뼈(다귀) 해장국이라고 이름 붙여 팔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뼈해장국은 1인분 버전이고 감자탕 쪽이 다인분이다. 다인용 요리가 으레 그렇듯 감자탕 쪽이 양에 비해 가격이 더 비싸기에 가성비는 뼈해장국이 더 낫지만 뼈해장국은 뼈다귀, 우거지가 전부인 반면 감자탕은 감자, 당면, 깻잎, 팽이버섯, 청양고추 등이 기본으로 포함되어 고명이 더 풍성하고 라면사리, 떡, 수제비 등의 다양한 부재료를 넣어 즐길 수 있다. 또 뼈해장국은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국밥의 느낌이 강하다면 감자탕은 남은 국물에 밥을 볶아 먹는 것이 가능하다. 공깃밥이 뼈해장국은 기본으로 딸려 나오지만 감자탕은 별도 주문인 것도 이런 이유인 듯. 밑반찬도 뼈해장국은 각종 김치가 전부인 반면 감자탕은 김치 이외의 것도 나와 종류가 다양하다. 고기 찍어먹는 소스를 따로 주는 집도 있는데, 대체로 겨자 또는 고추냉이를 베이스로 한 소스이다.
닭강정
닭강정의 역사
미군정 시기 유통 시장을 관리하기 위해 인천 신포시장을 채소 등 식품 거래 시장으로 바꾸고, 양키 시장에서 미군 상품을 거래하도록 제한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이전에도 배다리를 통해서 충청도 지역 등지의 식품이 유통되던신포시장에서는 전국 각지의 상인들이 몰리게 되었고, 저렴한 양계 상품 공급과 먹거리에 대한 상거래인들의 요구가 결합하여 닭강정이 탄생했다. 근대 산업 혁명 시기부터 헥산을 이용한 화학적인 방식으로 면실유를 시작으로 곡물과 씨앗에서 식용유를 추출해 내는 데 성공하기 이전까지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식용유는 비싼 재료로 여겨졌기 때문에, 튀김 요리는 주로 중상류층이 접하던 음식이었다. 한국에서의 경우 일제강점기 이후 숙수들을 비롯한 궁중음식 경력이 있는 요리사들이 왕실에서 나와서 민간 시장으로 많이 진출했고, 이들이 당시 경성(서울), 인천, 대전, 목포, 대구, 부산 등 대도시 곳곳에서 요리점을 차리면서 튀김 요리 유행을 이끌었다. 광복 이후 한국의 산업화가 본격화된 1960~70년대에 미국에서 대량으로 식용유로 사용되는 곡물이 수입되면서 면실유, 옥수수유, 콩기름 등 저렴한 식용유가 공업적으로 대량생산되고, 근대화된 양계 산업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아 닭고기가 닭강정 같이 외식업에서 사용될 만큼 대량생산되었다. 또한 1980~90년대에 가구 소득과 생활 수준이 크게 개선되면서 중상류층이 즐기던 튀김 요리들이 서민층으로까지 퍼지며 지금과 같은 한국의 대중적인 튀김 요리 문화가 자리 잡았다. G20 정상회담에서 한식이라고 내놓기도 했다. G20 개최 당시 영부인 김윤옥이 잘 만드는 요리가 닭강정이어서 채택되었다는 비화가 알려지기도 했었다. '전통'이라기엔 아직 역사가 짧아서 이견이 있을 수는 있어도 '한식'임에는 틀림없다. 소스의 종류에 따라 몇 가지 바리에이션이 있지만 대체로 양념치킨처럼 붉고 진득한 소스를 사용한 닭강정이 가장 보편적인 이미지의 닭강정이다. 더 작게 조각내서 조리한 후 판매해서인지 비슷한 조리법을 가진 양념치킨보다는 좀 더 가벼운 느낌의 간식용 요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양념치킨보다 단맛이 강하며 잘게 옷을 입혀 튀겨 바삭한 겉옷이 특징인데, 식으면 물러지는 치킨과 달리 식으면 더 바삭해져 맛있게 되는 것이 잘 만든 닭강정의 필수 조건이다. 이러한 맛과 식감 차이를 가져오는 핵심 재료는 바로 물엿인데, 물론 양념치킨 소스에도 물엿을 쓰지만 닭강정에서는 한마디로 아낌없이 쏟아붓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훨씬 많이 들어간다. 이 요리가 닭'강정'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아마도 물엿으로 튀김을 단단하게 굳히는 조리법이 강정과 공통점이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부재료로는 참깨나 잘게 부순 땅콩을 끼얹거나, 곁들이로 감자튀김과 튀긴 가래떡을 넣어주는 게 대표적이고, 치즈 소스나 튀긴 고구마 등을 얹어주는 곳도 있다. 닭강정 소스와 바삭한 튀김옷이 땅콩 같이 고소하고 기름진 맛의 견과류와 궁합이 좋은 편이다. 시판하는 닭강정 같은 경우 거의 무조건 견과류 토핑 하면 땅콩 토핑이지만,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을 경우 땅콩 말고도 원하는 견과류를 토핑으로 삼아도 좋다.
닭강정의 종류
신포동식 닭강정 :프라이드치킨을 청양고추, 마늘, 물엿, 고춧가루와 고추기름이 섞인 양념으로 볶아낸다. 제조 방식상 양념치킨과 별다른 차이가 없으며, 한국 에능 놀면 뭐하니 치킨 에피소드에서 신포동 치킨집 사장이 박명수에게 설명한 내용을 보면 물엿이 덜 들어가면 양념치킨 소스, 많이 들어가면 닭강정 소스라고 한다. 소스가 깊이 배어 있고 자극적으로 맵다는 점 때문에 껌과 샐러드가 부식으로 제공된다. 인천 중구의 신포국제시장이 가장 유명하고, 그중에 가장 오래된 신포닭강정은 1시간씩 줄을 서기도 한다. 비단 중구뿐 아니라 인천 지역 전통시장 닭집에서 판매하는 닭강정은 대부분이 신포동식 닭강정을 베이스로 조금씩 레시피를 다르게 하고 있다. 간석자유시장에서는 소스에 간장이 더 들어간다.
한과식 닭강정 : 한과의 강정처럼 식고 마른 상태로 조리된 것을 의미한다. 신포동식 닭강정과 가장 큰 차이는 손에 양념이 묻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과식 닭강정은 바삭하게 만들어 식혀서 포장하여 2~3시간 정도 후에도 맛이 거의 그대로 유지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겨울철 같은 경우는 식감 자체가 차가워지는 단점으로 따뜻하게 조리하여 판매하고 맛을 보는 것이 나을 듯하며, 여름철 같은 경우는 상온 자체가 높아 바삭한 식감의 유지 시간 자체가 짧을 수밖에 없다. 인천 신기시장의 예향닭강정, 주안 대오통닭의 닭강정 등이 예전부터 자체의 방법으로 이 한과의 강정과 제일 가까운 방법으로 조리해 왔다고 알려져 있다. 87닭강정 또한 물엿을 사용하지 않고 조청을 사용한 한과식 닭강정의 대표적 방식으로 만들어서 서울 오류동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오다 최근 몇 년새 프랜차이즈로 확장됐다. 양념치킨 종류로 생각될 수 있는 닭강정이 아닌 말 그대로 과자 같은 식감을 맛볼 수 있는 독특함이 장점이다.
기타 종류의 닭강정 : 인기가 많아짐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게 늘어나 양념 닭강정 외에 크림 닭강정, 간장 닭강정 등을 판매하는 곳도 있다. 또한 파를 곁들여 판매하는 곳도 있으며, 양념을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 후라이드를 같이 팔기도 한다. 사실 어설픈 닭강정집은 순살 치킨집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구분이 없다. 정말 닭강정 개념이 없는 곳은 순살 치킨에 양념치킨 소스를 대충 뿌린 다음 내놓는 곳까지도 있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80년대~90년대 초 무렵까지는 '닭강정'이라는 이름이 요새 흔히 연상되는 형태와는 전혀 다른 음식을 가리켰다. 닭을 한 번 볶아낸 다음에 간장과 물엿으로 양념하여 달달하게 바짝 졸인 걸 닭강정이라고 불렀는데, 현재는 어른들이나 기억하고 30대만 돼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잊힌 요리이다. 튀긴 닭강정이 히트를 치면서 전라도 지역에서도 '닭강정'이라는 단어는 다른 지역과 같은 음식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이 전라도식 닭강정은 현재도 가정식으로는 종종 해먹기도 하며, 타 지역에도 '닭조림' 등의 이름으로 있는 경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