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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

한국의 전통주 3-3탄 경상도의 전통주

by 또바기벗 2023.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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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의 전통주 중 봉화지역의 선주>

 이번 글에서도 전 글에 이어 경상도의 전통주를 소개하겠다. 점점 명맥을 잃어가는 우리 전통주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져서 명맥이 끊임없이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초화주(영양군)

초화주라는 아름다운 이름은 후추(椒)와 꽃(花) 속의 꿀이 들어간다 해서 붙여졌다.
술 없이는 시를 짓지 못했다는 이규보(1168~1241)의 문집 ‘동국이상국집’에 이화주 등과 함께 초화주가 소개돼 있다. 적어도 고려 중기부터 명주로 꼽혀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 맥을 잇고 있는 곳은 경북 영양군 청기면의 임증호씨(53) 집안이 유일하다. 임씨는 “고려와 조선시대에 많은 문중에서 빚어왔으나 경술국치 이후 일제의 주세정책으로 다른 문중에서는 맥이 끊긴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독 술과 시를 좋아한 선조들이 많았던 덕분에 예천 임씨인 자신의 집안에서는 초화주의 맥이 이어져왔다는 설명이다. 이규보보다 20여 년 연상으로, 술을 의인화해 쓴 소설 ‘국순전’의 작가인 서하(西河) 임춘이 시조다. 그의 5대조 국은(菊隱) 임응성은 ‘원조(元朝)’란 시에서 좋은 봄날을 헛되이 보내야만 하는 자탄을 초화주 한잔에 실었다. 초화주는 먼저 우리 밀을 빻아 반죽을 한 뒤 연잎에 사서 누룩을 띄운다. 찹쌀(멥쌀을 쓰기도 한다)을 불려 고두밥을 찐다. 고두밥에 누룩과 물을 혼합해 선선한 곳에 1주일가량 둬 밑술을 만든다. 천궁·당귀·황기·오가피·갈근 등 12가지 한약재와 후추(또는 산초)를 함께 다린 뒤 밑술에 고두밥과 함께 넣어 섭씨 20도 정도 되는 곳에서 한 달가량 발효시킨다. 이를 증류하면서 항아리에 꿀을 발라놓고 증류주를 받으면, 다양한 맛이 어우러져 톡 쏘듯 입안에 번지는 45도 안팎의 초화주가 된다. 증류하기 전에 용수를 박아 위쪽의 맑은 층을 떠내면 15도짜리 약주가 된다. 반주로 2~3잔 정도 마시면 기(氣)가 돋고 피가 맑아진다고 영양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고가송주(합천군)

무릇 종갓집에는 그 집안만의 특별한 가양주가 내려오기 마련이다. 제례나 잔치, 접빈객(接賓客·손님을 대접하는 일) 등 다양한 가문의 대소사와 집안 어른의 건강을 보하기 위한 약용으로 널리 쓰였다. 예부터 합천은 산 깊고 물 맑은 고장. 너른 평야와 수려하고 넉넉한 강을 끼고 있어 낙향한 사대부들이 세거하기에 알맞은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합천에는 여러 문중이 곳곳에 자리 잡고 그들만의 비법으로 빚은 가양주를 전승해 왔다. 송씨 집안도 마찬가지이다. 7대째 대대로 내려오는 가양주는 솔잎과 함께 빚어낸 송주(松酒). 고택에서 직접 솔잎 술을 빚어낸다고 고가송주(古家松酒)라고 부른단다. 200여 년을 종부(宗婦)를 통해 이어져 내려오는 오랜 전통의 가양주이다. 그해 지은 찹쌀과 솔잎을 더하고 마른 쑥 위에 띄운 누룩을 섞어서 맑고 정갈하게 술을 빚어낸다. 백일치성을 드리듯 100여 일이 꼬박 지나야만 제대로 잘 익은 송주를 맛볼 수가 있단다. 그래서 한 모금만 머금어도 은은한 솔향이 입안 가득 그윽해지는 술이다.

선주(봉화군)

 봉화 선주는 청량산과 도산서원이 있는 경상북도 봉화군 명호면의 김의동씨 댁에서 옛날부터 전승되어 온 가양주이다. 봉화 선주는 낙동강 상류에 있는 명호의 밝은 물과 봉화의 좋은 쌀, 우리 밀로 만든 누룩으로 빚은 증류식 순곡 소주에 오가피, 솔피, 새피 등의 약재를 100일 도안 침출, 숙성시킨 리큐르주로 자연의 향과 맛, 그리고 색깔까지 천연 그대로 간직한 술이다. 봉화 선주는 일명 오가피주로 유명하다. 오가피는 '오갈피'라고도 하는데 오가피나무와 뿌리껍질을 말린 생 약재를 가리킨다. 이 오가피는 보정, 강장, 간장보호와 해독작용 및 근육의 힘을 키우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민간에서는 약용으로 오가피 술을 담가 약효를 이용해 왔다. 봉화 선주에 대한 옛 문헌으로는 음식디미방, 규합총서, 증보산림경제, 임원 16지, 역주방문, 농정회요 등에 기록되어 있다. 봉화 선주는 조선시대부터 신선들이 즐겨 마신다는 술이라고 불렸다. 조선시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시를 지었다. 한 번은 강림대라는 곳에서 시회가 열렸는데, 이곳에 참석한 선비가 공복에 술 3잔을 마시고 시를 지었다. 선비들은 그 시에 감탄하며 그 선비가 마신 술을 가리켜 신선들이 즐겨 마신 술, 선주라고 부르게 되었다. 봉화 선주는 40도가 넘는데, 공복에 3잔을 마셨다는 유래가 전해지듯 지금도 봉화 선주를 마실 때는 공복에 3잔을 마신다.

황금주(경주시)

우리나라 전역에 전통주는 무수히 많지만 서릿발 속의 국화를 따서 정성으로 빚어낸 그윽한 맛과 향의 경주 ‘황금주’는 이중 단연 으뜸이다. 황금주는 신라 제49대 헌강왕 8년, 용마루에 올라 서라벌을 굽어 보면 용마루와 용마루가 서로 맞닿아 기러기처럼 이어지고 집집마다 국화꽃잎을 따다 빚은 국화술의 빛깔이 황금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현재의 황금주는 민가에서 전해 내려오는 발효방법을 전승해 발전시킨 민속주. 경주에서 많이 나는 국화꽃잎과 찹쌀을 주원료로 신라의 정기가 어린 토함산 줄기의 맑고 깨끗한 천연수로 빚은 다음 장기숙성시켜 독특한 황금빛에 국화향이 은은하며 마시기 부드럽고 숙취가 없어 뒤끝이 깨끗한 것이 특징이다. 황금주의 원료인 국화는 예로부터 불로장수의 영약으로 사용돼 왔고 본초강목에는 ‘혈기에 좋고 몸을 가볍게 하며 쉬 늙지 않는다’고 기록돼 있다.

교동방문주(밀양시)

약주 계열의 술로 교동 밀성 손씨 가문에서 전수되어 온 가양주이다. 맑은 황금색을 띠며 집안 잔치 때 귀한 손님께 대접하던 술이라고 한다.

유자주(남해군)

 세법 상 약주. 조선시대부터 유자가 많이 나던 남해에서 즐겨마시던 술이었으나 일제강점기 이후 명맥이 끊겼었다가 지역 주민들의 도움 덕분에 복원에 성공했다. 아름다운 유자빛과 상큼한 유자향이 나는 술이다.

선산약주(구미시)

선산약주는 조선 초기 성리학자로 유명했던 영남학파의 종조(宗祖)인 김종직이 개발했다고 한다. 김종직은 선산의 금오소원에서 많은 학자를 양성하면서 찹쌀과 누룩을 가지고 단계천 물로 술을 빚어 선비들과 즐겨 마셨다고 한다. 이 술은 소나무 잎을 가미하였다고 하여 송로주(松露酒)라고도 한다. 조선시대 선비들 사이에는 남도주로서 명성이 높았으며, 경상감사가 대원군에게 진상하니 대원군이 크게 기뻐하며 즐겨 마셨다고 전한다. 일제 때는 탄압을 받아 40년간 술을 빚지 못하여 숨어서 명맥만 유지하며 가정집에서만 빚어 마셨으나, 해방 이후엔 이 술을 빚어 경사스러운 일에 손님에게 대접하였다. 해방 후에도 주세법으로 시련을 겪었지만 전승되다가 최근에 단절되었다. 선산약주는 일제 때부터 대중주로 공급됐는데 양조장의 양조기술에 따라 술맛도 조금씩 다른 데다 재료도 찹쌀에서 멥쌀, 밀가루로 바뀌면서 옛 명주의 맛은 찾을 수 없게 된 실정이다. 또한 향기를 내기 위해 솔잎을 사용해야 하지만 솔잎 채취 행위가 산림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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