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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

한국의 전통주 4-2탄 전라도의 전통주

by 또바기벗 2023.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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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의 전통주 중 죽력고>

 이전 글에 이어 이번에도 전라도의 전통주를 소개한다. 전라도는 경기도 서울에 비해 개발되지 않은 지역이 많아 청청한 곳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맑은 물이 많고, 전통주의 맛고 깨끗한 느낌이 많은 것 같다. 이번에 소개하는 전통주도 그런 느낌의 전통주들이다.

죽력고(정읍시)

 전북지역 전통 명주로 이강주, 송순주, 송화백일주 등과 더불어 ‘죽력고(竹瀝膏)’가 유명하다. ‘죽력을 사용하는 약소주’라는 의미다. ‘죽력(竹瀝)’은 대나무에서 채취한 진액을 말한다. 수액 같은 기름인데 푸른 대나무 줄기를 숯불이나 장작불 기운에 쬐어 흘러나오게 한다. ‘죽즙(竹汁)’ ‘담죽력(淡竹瀝)’이라고도 한다. 죽력은 성질은 차고 독이 없어, 열담(熱痰)이나 번갈(煩渴)을 고치는 데 쓰였다. 한의학에서는 이 죽력을 이용한 죽력고를 빚을 때 생지황, 꿀, 계심, 석창포 등을 함께 사용한다. 특히 아이가 중풍으로 갑자기 말을 못할 때 구급약으로 사용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죽력고가 널리 유명해지게 된 것은 ‘녹두장군’으로 불리던 전봉준(1853~1895)과 관련된 이야기가 세간에 회자되면서부터였다. 매천(梅泉) 황현(1855~1910)이 쓴 ‘오하기문(梧下紀聞)’에 다음과 같은 요지의 내용이 있다. ‘전봉준이 관원에게 사로잡혀 모진 고문을 당해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지역 주민들이 이 사실을 알고 죽력고를 가져가 마시게 했다. 전봉준은 그 죽력고 세 잔을 마시고는 몸이 나았으며, 수레 위에 꼿꼿하게 앉은 채로 서울로 압송되었다.’ 이후 죽력고는 멍들고 병든 몸을 추스르는 데 특효인 명약주로 널리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는 것이다. 맛은 달고 성질은 찬 죽력은 실제 심경(心經)과 위경(胃經)에 작용하며, 열을 내리고 가래를 삭인다. 담(痰)으로 인한 열로 기침할 때, 중풍으로 담(痰)이 성한 때, 경풍(驚風), 파상풍 등에 사용했다. 그대로 먹거나 졸여 엿처럼 만들어 먹는다. 환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죽력고를 빚기 위해서는 먼저 죽력을 뽑아내야 한다. 대밭에서 청죽을 잘라 와 마디마디 자르고 다시 여러 조각으로 쪼갠 뒤 항아리 안에 차곡차곡 채운다. 대나무를 담은 항아리는 땅에 묻은 단지 위에 거꾸로 얹고, 항아리 입구 사이를 물 먹인 한지로 메운 뒤 항아리 전체를 황토 진흙으로 발라 덮는다. 그리고 항아리 주변에 말린 콩대를 두르고 불을 지핀다. 왕겨도 함께 사용한다. 그러면 뜨거운 열로 인해 항아리 속에서는 대나무 수액이 빠져 나와 아래 항아리에 고이게 된다. 3~4일 걸리는 이런 과정을 통해 보리차 색깔의 죽력을 추출한다. 증류 소주인 죽력고를 빚기 위해서는 소주의 원료술인 ‘기주(起酒)’를 먼저 빚어야 한다. 기주는 통상적으로 빚는 전통주와 같다. 쌀로 고두밥을 쪄서 누룩과 물을 섞어 발효시키면 된다. 기주는 한 차례로 끝내기도 하고, 두세 차례 빚기도 한다. 거듭할수록 좋은 소주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빚은 기주는 3~5일간 숙성을 시킨 후 청주나 막걸리를 만들어 가마솥에 담아 안치고 불을 지펴 술을 끓인다. 이어 솥 위에 소줏고리를 얹는데, 이때 솔잎과 대나무 잎, 생강, 계피, 석창포 등을 죽력에 흠뻑 적셔서 소줏고리 안의 빈 공간에 가득 채운다. 그리고 소줏고리 위에는 냉각수 그릇을 올려놓는다. 솥과 소줏고리, 소줏고리와 냉각수 그릇 사이의 틈새는 밀가루 반죽으로 붙여 기화된 알코올이 새어 나오는 것을 막는다. 이렇게 하여 기주 양의 30% 정도 되는 죽력고를 얻게 된다. 알코올 도수는 30~35도. 태인양조장 죽력고는 알코올 도수 32도다. ‘동국세시기’에는 ‘호서죽력고(湖西竹瀝膏)’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대나무와 연고가 있는 술이니 호서지방의 특주로 유명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 제조법에 대해 ‘증보산림경제’에서는 ‘대나무의 명산지인 전라도에서 만든 것이 유명하다. 청죽(靑竹)을 쪼개어 불에 구워 스며나오는 진액과 꿀을 소주병에 넣고 중탕하여서 쓰는데 생강즙을 넣어도 좋다’고 되어 있다. 옛날 방식 그대로 죽력고를 생산해내고 있는 송명섭 명인은 “술에 약재를 직접 넣지 않고 맛과 향을 간접적으로 우러나게 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약주로도 알려진 죽력고의 ‘고(膏)’는 최고급 약소주에 붙이는 명칭”이라고 말했다.

진양주(해남군)

 해남군 계곡면 덕정리 일대에서 빚어온 술로, 찹쌀, 누룩, 유자나무잎을 주원료로 하여 만든다. 맛과 향기가 매우 독특하다. 1994년 1월 31일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25호로 지정되었다가 2021년 11월 19일 문화재청 고시에 의해 문화재 지정번호가 폐지되어 전라남도 무형문화재로 재지정되었다. 해남진양주는 궁중에서 만든 양조술로 전라남도 영암군 덕진면의 광산김씨 집안에 김권(金權)의 후실로 들어온 최씨 성의 궁인(宮人)이 비법을 전수하였다고 전한다. 현재 해남진양주 기능보유자는 최옥림(崔玉林)이다. 최옥림은 1940년 영암군 군서면 동구림리에서 태어났고, 계곡면 덕정리 장흥임씨관련항목 보기 집으로 시집와서 시어머니에게 진양주 제조 비법을 배웠다고 한다. 최옥림 남편의 증조할머니가 광산김씨 집안사람이다. 김권(金權)은 조선 헌종(憲宗)[재위 1827~1849] 때 이조좌랑(吏曹佐郞)과 사간(司諫) 벼슬을 지내고 낙향하였는데, 함께 온 최씨 궁인이 김권의 손녀에게 비법을 전수하였다고 한다. 김권의 손녀가 계곡면 덕정리 장흥임씨 집안으로 시집을 오면서 진양주 제보 비법을 며느리에게 전수하여 잇게 하였다고 한다. 즉 최옥림의 남편인 장흥임씨의 증조할머니가 김권 집안에서 계곡면 덕정리로 시집온 광산김씨 손녀이다. 만드는 방법은 먼저 찹쌀 1되에 물 5되를 부어 죽을 쑨 뒤 찬 기운이 들도록 식힌다. 누룩 2되를 곱게 찧어서 죽과 함께 섞고, 항아리에 담아 부뚜막에 놓아둔다. 이때 온도는 20°C이상을 유지한다. 3∼4일이 지나 술이 익으면 다시 찹쌀 9되를 술밥으로 쪄 식힌 뒤 항아리의 술과 섞어 부뚜막에 놓아둔다. 7∼8일이 지나면 물 5되를 끓여 식힌 뒤 항아리에 붓는다. 3∼4일이 지나면 술이 완전히 익는데, 용수를 박아 용수 안에 고이는 맑은 청주를 떠내고 다시 참채로 걸러내 마신다. 특히 진양주는 덕정리 외에도 인근의 북창, 둔주포, 맹진 등에서도 양조되고 있으나 덕정리의 우물로 빚어야 제맛을 낸다고 한다. 만드는 날씨를 크게 가리지는 않지만 더운 여름은 피해 담근다고 한다.

추성주(담양군)

 추성주는 통일신라 경덕왕 때부터 고려 성종 때까지 250여년간 추성군으로 불린 담양의 지명에서 따온 술 이름이다. 이 술의 역사는 추월산 자락의 천년고찰 연동사에서 시작됐다. 고려초 창건된 연동사는 지금도 건재한데 이곳 스님들이 건강을 지키기 위해 빚어 마시던 곡차가 사하촌으로 전해져 내려온 것이다. 어찌나 맛이 좋던지 마시면 신선이 된다 해서 ‘제세팔선주(濟世八仙酒)’로 불리기도 했다. 1756년 담양부사 이석희가 이곳 풍물에 대해 쓴 ‘추성지’에는 ‘스님들이 절 주변에서 자라는 갈근·두충·오미자 등 갖가지 약초와 보리·쌀을 원료로 술을 빚어 곡차로 마시더라’라는 고려 문종 때 참지정사를 지낸 이영간(담양이씨 시조)의 증언을 담아놓고 있다. 또 이곳 출신으로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대가로 꼽히던 면앙정 송순이 과거급제 60주년을 기념하는 연회에서 참석한 손님에게 추성주를 대접했다는 기록이 전해지는 등 조선 말까지 그 명성이 서울 장안에 남아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당연히 진상품이 됐고 고관대작에게 보내는 상납주로도 각광을 받았다. 흥미로운 전설이 있다. 그것은 살쾡이가 마신 술이라는 것. 고려시대에는 사찰에서 술을 많이 빚었는데, 담양에는 연동사라는 유서 깊은 사찰이 있다. 이곳에서는 보리쌀을 원료로 술을 빚었다고 전해진다. 문제는 계속 술이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당시 사찰에서 공부하던 유생이 의심을 받고, 진범으로 몰려 매질까지 당한 상황. 이에 유생은 진범을 찾고자 몰래 술을 감시하게 되는데, 눈앞에서 딱 살쾡이가 마시는 것을 발견한다. 이에 유생은 살쾡이를 바로 잡아버렸는데, 이때 살쾡이가 비밀스러운 제안을 한다. 자신을 살려주면 일평생 도움되는 비밀의 책을 주겠다고. 유생은 고민 끝에 그 책을 받았고 과거에 급제, 입신양명했다고 한다. 추성주의 강점은 무엇보다 뒤끝이 좋다는 것이다. 깔끔한 맛과 향이 양주와 비슷하다. 발효·숙성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전통주 가운데 가장 많은 13가지 약초가 들어가는 약술이기도 하다. 알코올 도수는 25도. 한약재 성분 때문에 실제 체감도수는 30~40도로 느껴진다. 제조과정은 다른 술보다 세심한 손길이 더해진다. 순곡과 약초를 숙성시켜 1차로 약주(발효주)를 만든 후 2번 더 증류를 거친다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재료도 모두 담양에서 난 것만을 쓴다. 우선 깨끗한 찹쌀과 멥쌀을 씻고 졸졸 흐르는 물에 12시간 담가뒀다가 물을 빼고 수증기로 고두밥을 짓는다.
차게 식힌 고두밥에다 엿기름가루와 술빚는 용수를 넣고 섭씨 55~65도가 되도록 불을 넣어 당화액(糖化液)을 만들어 놓는다. 이것을 25도로 식힌 다음 누룩과 두충·계수나무 껍질·우슬(쇠무릎)·연꽃열매·산약·강활·율무·멧두릅 뿌리 등을 넣고 보름 정도 발효와 숙성 과정을 거치면 알코올 성분 15도의 약주가 된다. 다시 이를 소주고리에 넣고 데우면 알코올 40도짜리 증류주가 나온다. 이 증류주에 홍화·구기자·음양곽·갈근·오미자·상심자 등을 함께 달인 약물을 넣고 30일 숙성시킨 후 걸러내기를 한 후에 섭씨 20도에서 한달 더 숙성시킨 다음 대나무숯으로 여과시키면 25도짜리 미황색의 추성주가 탄생한다.
추성주는 순곡으로 빚고 2번이나 증류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발효주와는 달리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차게 보관하면 맛이 더욱 좋아진다. 각종 한약재를 넣은 까닭에 혈액순환과 강장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열·진정·구충·소염·당뇨·신경통에도 좋고 정기적으로 마시면 노화를 막고 피부에도 좋다는 고문헌 기록도 남아 있다. 안주로는 생선회나 생고기가 제일이고 과일이나 죽순회도 좋다. 담양의 대표음식인 떡갈비에 곁들이면 술맛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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