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지역에도 다양한 종류의 전통주가 있다. 조선시대 이전에는 집집마다 전통주가 있다고 할 만큼 다양한 전통주가 있었으나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 경상도의 전통주에는 경주교동법주, 과하주, 산성막걸리, 설련주, 솔송주, 송화주, 안동소주, 하향주, 호산춘, 국화주, 스무주, 초화주, 고가송주, 선주, 황금주, 교동방문주, 유자주, 선산약주가 있다. 이번글에서는 이중 반정도의 전통주에 대해 알아보고 다음글에 나머지를 알아보겠다.
경상도의 전통주
경주교동법주 : 경상북도 경주시 교동에 있는 경주 최씨 사성공파(司成公派)-정무공파(貞武公派)-교리파(校里派), 즉 최부잣집 가문에서 대대로 빚어온 술이다. 조선시대 숙종 때 궁중음식을 관장하는 사옹원의 참봉(參奉)을 지낸 최국선(崔國璿, 1631. 4. 3 ~ 1682. 7. 6)이 관직에서 물러난 후 고향으로 돌아와 빚기 시작한 것이 그 시초이며 이후 300년 넘게 가문 대대로 빚어오고 있다. 토종찹쌀과 구기자나무 뿌리가 담긴 집안 우물물로 죽을 쑤어 토종밀로 빚은 전통누룩과 섞어 밑술을 만들고, 다시 토종찹쌀로 찹쌀 고두밥을 지어 덧술을 하여 100일 동안 발효/숙성시켜 내보낸다. 주세법 상으로는 약주이지만 원래 의미대로라면 청주인데 청주는 예로부터 겨울 술이라 하였고 교동법주 역시 여름에는 술을 빚지 않는다고 한다. 원래 도수가 19도나 되어 주세법상 판매할 수 없었는데, 이후 17도로 도수를 내려 판매하였다. 경주 최씨 종택 옆에 판매장이 있어 구입할 수 있는데, 매장에 있는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리면 집에서 장인이 나와 창고에 있는 술을 꺼내서 준다. 1년에 한 번 10월에 시음 행사도 있다고 한다. 기업이 아닌 가문에서 생산하는 술이라서 그런지 유통망이 빈약하여 경주 밖의 매장에서 구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다행히도 현재는 홈페이지에서 인터넷 판매도 되고 있다. 그러나 가격은 웬만한 증류주 정도라 싼 가격은 아니다. 안주로는 육포나 어포, 전, 약과 등이 잘 어울린다. 전수 가문 내에서는 교동법주와 함께 안주로 먹기 좋은 '사연지'라고 하는 가문 고유의 김치와 다식 등의 전통안주도 전수되어 오고 있다고 한다. 국가무형문화재 제86-3호다.
과하주(김천시) : 이름을 살펴보면 '過夏酒' 즉 '여름을 나는 술'이라는 뜻이다. 술이 쉽게 상하는 여름철을 잘 버틴다는걸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쉽게 상하는 청주와 도수가 높아 독한 편인 소주의 단점을 둘을 섞음으로써 상호보완하는 원리를 가진 술이다. 그렇다고 맛이 단순히 청주와 증류식 소주의 중간 정도인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대부분 포트 와인과 마찬가지로 발효 중간에 주정이나 증류식 소주를 넣는 양조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에탄올 농도가 20%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면 효모가 죽고, 따라서 누룩곰팡이가 분해한 쌀의 전분이 에탄올로 바뀌지 않고 잔당으로 남아 단맛이 매우 강한 편이다. 그렇잖아도 제조 공정상 잔당이 많이 남는데, 멥쌀보다 잔당이 많이 남는 찹쌀을 사용했다면 조청 느낌까지 날 정도로 달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일반적인 주정이 아닌 증류식 소주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청주와 소주의 향이 중첩, 복합되어 첫 노즈도 굉장히 강렬하게 나타난다. 물론 노즈의 종류는 청주와 동일한 동양 배, 바닐라, 매실 등이 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과하주 시음 노트에는 강렬한 과실과 꽃의 노즈, 그리고 뒤따르는 강력한 단맛과 약간의 산미가 공통적으로 보이게 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전통 한식과 어울리는 청주보다는 음식 궁합을 약간 가리는 편으로, 보다 강하게 양념된 음식, 특히 재래식 간장으로 양념한 갈비찜과의 궁합이 좋다. 조선시대의 요리 서적에도 자주 나타나며 현재까지도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특히 2010년대에 들어 여러 지역양조장들이 앞다투어 과하주를 출시하고 있기도 하다.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1호, 보유자는 대한민국식품명인 제8호 송재성 선생 사망 후 대한민국식품명인 제17호 송강호 선생으로 전승되었다.
산성막걸리(부산) : 그 기원은 금정산 위 산성마을 자락의 화전민들이 생계수단으로 누룩을 빚으면서 시작되어 이후 마을 전체 600여 가구가 집집마다 자체적으로 누룩을 만들었다. 1960년대 정부의 누룩과 쌀로 만든 술 제조금지 시책으로 전통주들이 많이 타격을 입었지만 산성마을은 산에 위치한 마을 특성상 외부인들이 쉽게 출입하기가 어려워 단속을 피할 수 있어 전통방식이 아직도 내려올 수 있었다.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49호인 유청길 명인이 빚는다. 1909년도 경 이곳 화전민이 생계수단으로 누룩을 빚기 시작한데서 유래했다.
설련주(칠곡군) : 광주 이씨 가문에서 300년 넘게 내려오는 가양주다. 1670년대 말 이조판서로 재직했던 귀암 이원정(1622~1680년)은 붕당으로 나라가 어지러워지자 고향인 칠곡으로 내려왔다. 고향집 연못에 핀 하얀 연꽃을 좋아했던 이원정은 자손들이 관직에 나가지 않고 글공부에만 전념하길 바라며 북송의 유학자 주돈이의 <애련설(愛蓮說)> 가운데 한 대목을 인용해 아래와 같이 당부했다. “연꽃처럼 진흙에서 나고 자라도 더러운 물 들지 않고 맑은 물에 씻기어도 요염하지 않게 세상을 살아라(蓮之泥而不染 濯淸蓮而不夭).” 자손들은 이같은 조상의 뜻을 기려 연꽃으로 술을 빚기 시작했고, 손님을 맞을 때나 제사·혼사 등에 사용했다. 술 빚는 법을 <주방문>이라는 책으로 남겨 며느리에서 며느리로 전수했고, 지금은 9대손 이기진씨(75)의 부인 곽우선씨(72·국가지정 식품명인 제74호)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솔송주(함양군) : 솔송주(솔松酒)는 소나무 순을 넣어 만드는 술로 정여창 문중에서 내려오는 가양주다. 예부터 '송순주'(松荀酒)라 불리던 것이다. 종중이나 집안의 대소사가 있을 때마다 빚던 술이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솔송주를 담그는 횟수가 줄었다. 솔송주는 알코올 도수 13도의 약주와 40도의 증류주 두 가지가 있다. 약주는 토종찹쌀에 곡자, 솔잎, 송순을 넣어 만들며, 지리산 자락의 지하 암반수로 빚는다. 증류주는 토종 찹쌀 대신 멥쌀을 쓰며 20여 일 발효 후 증류하여 숙성시킨다. 솔송주는 은은한 솔향이 난다.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35호, 보유자는 대한민국식품명인 제27호 박흥선 선생으로,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에서는 함양 송순주라 칭하고 있다
송화주(안동시) : 류치명이 생시부터 제사용으로 사용되었다고 전하니, 최소한 2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주이다. 송화주는 봄, 가을, 그리고 초겨울에 걸쳐서 담는 계절 술이다. 기품 있는 양반의 술로, 유학자의 종가에서만 대대로 전승된 가양주이며 집안 제사와 손님 접대를 위해 온갖 정성과 손맛을 들여 빚은 술이다. 많은 재료를 사용하여 오랜 숙성시키는 데 비해 매우 적은 양의 술이 나온다. 이름에 송화(松花)라는 말이 있지만 송화는 사용되지 않고 찹쌀·멥쌀 등과 함께 솔잎·국화[黃菊]·금은화(金銀花)·인동초 등을 재료로 쓴다. 밑술을 바탕으로 덧술을 빚고 용수를 받아 걸러내는 송화주는 알코올 도수가 15~18도 내외의 맑은 술이다. 퇴계학파의 거봉인 전주류씨 정재 류치명(柳致明, 1777~1861) 종가에 전승되는 술로서 제사나 손님 접대에 쓰인 술이다. 경상북도 안동 지역의 전주류씨 무실파 정재 종택에 전승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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