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도 충청도의 전통주를 소개하겠다. 이번에 소개하는 충청도의 전통주는 면천두견주, 송로주, 신선주이다.
각각의 술에 얽힌 이야기만으로 술맛이 느껴지는 듯하다.
면천두견주(당진시)
아미산 진달래를 원료로 만든 면천두견주는 전통 방법으로 제조한 국가무형문화재 제86-2호로 지정되어 있다. 누룩, 찹쌀, 멥쌀, 그리고 진달래로 만드는 순수한 발효주인 면천두견주는 술 빛깔이 담황갈색이며, 점성이 있고, 맛과 향기가 일품이다. 대전과 충청남도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주이다. 서기 918년 왕건을 도와 고려의 건국에 공을 세운 개국 공신의 한 명인 복지겸이 노후에 원인 모를 중병을 앓게 되었다. 설화에 따르면 면천에 와서 휴양을 하는 동안에도 복지겸의 병세는 날로 악화되고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당시 열일곱 살이던 복지겸의 딸이 아미산에 올라가서 지극한 정성으로 백일기도를 드리자, 기도가 끝나는 마지막 날에 신령으로부터 두견주에 대한 계시를 받았다. 신령의 계시인즉 "복지겸의 병을 고치려면 면천 아미산에 만개한 두견화[진달래꽃]의 꽃잎과 찹쌀로 술을 빚되, 반드시 안샘의 물로 빚어야 한다. 또 술을 빚은 지 백일이 지난 다음에 부친에게 마시게 하고 뜰에 두 그루의 은행나무를 심어 정성을 드려야 나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복지겸의 딸이 신령의 계시대로 정성껏 빚어 복지겸의 병을 고치게 되었다는 그 술이 바로 면천두견주라고 전해진다. 1920년대에 면천두견주 기능 보유자 박승규의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두견주를 생산해 지역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1986년 11월 1일 삼대째 면천두견주 제조를 계승해 오던 박승규가 면천두견주 기능 보유자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2001년 인간문화재로 지정됐던 기능 보유자 박승규가 작고하면서 면천두견주는 2003년까지 2년간 생산이 중단되었다, 이에 따라 당진군은 2003년부터 면천 두견주 재생산 프로젝트를 가동하여 2004년 4월 면천 두견주 보존회를 구성하였다. 두 차례의 용역을 통해 두견주를 표준화하였으며 술 도수를 21도에서 2007년 18도로 낮췄다. 당진군은 제조 농가를 대상으로 주질 검사를 통해 최종 8개 농가 16명을 선발하여 면천 두견주 보존회를 구성하고, 2007년 3월 면천두견주 기능 보유 단체로 지정하어 두견주 제조 허가를 받아 맥을 잇도록 하였다. 면천두견주는 1986년 11월 1일 국가무형문화재 제86-2호로 지정되었다가 2021년 11월 19일 문화재청 고시에 의해 문화재 지정번호가 폐지되어 국가무형문화재로 재지정되었다. 면천두견주는 찹쌀로 지은 고두밥을 식힌 다음 누룩과 물을 섞어 술을 빚는다. 진달래꽃은 독성이 있는 수술을 제거한 후 말려 두었다가 덧술에 버무려 넣거나 숙성시킬 때 맨 위에 덮어 두면 된다. 두견주 만드는 법은 『규합총서(閨閤叢書)』, 『시의전서(是議全書)』 등 옛 문헌에도 기록되어 있다. 『규합총서』에는 찹쌀과 가루 누룩으로 청주를 빚어 술이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 진달래 꽃잎을 따서 꽃술이 들어가지 않도록 깨끗이 다듬은 뒤 명주 주머니에 넣어 1개월 이상 그대로 담가 둔다고 한다. 면천두견주는 국내의 전통주[발효주] 가운데서 알코올 도수가 가장 높다. 그러나 마시기가 부드럽고 감칠맛이 좋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단맛도 강하고 진달래꽃의 꽃빛깔이 그대로 술에 녹아들어 진한 담황색을 띠며 독특한 향취를 함유하고 있다. 발효 과정을 거친 면천두견주를 분석한 결과 『동의보감』에도 기술되어 있듯이 '아지라인'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 진해 효능이 뛰어나며, 신경통, 부인 냉증, 요통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송로주(보은군)
보은 송로주는 소나무의 관솔을 섞어 빚은 충청북도 보은지방의 전통민속주이다. 소나무 옹이마디(관솔)에 생밤과 누룩, 멥쌀을 섞어 술을 빚어 맑게 거르면 송정주(松節酒)가 되는데, 이것을 다시 증류하여 내리면 송로주가 된다. 보은군 속리산면에 거주하는 임경순은 보은 송로주의 양조비법을 전수받고 제작하고 있는 전통민속주 양조 장인이다. 보은 송로주는 1998년 신형철씨가 작고한 이후 전수교육보조였던 임경순이 기능전수자로 지정되었다. 임경순은 1999년부터 제조시설을 갖춰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송로주 생산에 들어갔으며 2006년 신형철에 이어 보유자로 지정되었다. 임경순의 전승계보는 신형철의 외조모 정금이(鄭今二)와 모친 이순심에게 사사받은 신형철의 계보를 이어받았다. 1대 보유자였던 신형철은 충남 서천군 한산면 평산 신씨 가문의 신현태씨와 이순심씨의 장녀이다. 소나무 마디를 이용하여 술을 빚는 것은 일찍부터 개발되었으며 『동의보감』, 『고사십이집』, 『임원경제지』, 『규합총서』 등의 문헌에서도 확인된다. 송로주는 관련 기록을 통해 볼 때 조선시대부터 양조된 것으로 보이나, 지금은 전통 양조기법을 제작하는 곳이 드문 실정이며, 현재 보은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다. 송로주의 양조방법이 실린 『고조리서(古祖理書)』 두 권이1대 보유자 신형철의 친정어머니 이순심씨에게 전해 내려왔다고 하며 이순심씨 역시 친정에서 전해졌다고 한다. 『고조리서』 두 권 가운데 한 권은 책명이 『음식법』으로 1880년에 신형철의 조부 이한수씨의 부인인 정금이씨가 지었고, 또 한 권은 16세기경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한글필사본이다. 소주의 제조법은 이 두책에 유일하게 수록되어 있다. 이에 의하면 “쌀 한 말을 하려면 솔옹이를 생률 쳐 고이 다듬어 놓고 섬누룩 넉 되를 넣고 물 서 말을 부어 빚어 두었다가 멀겋커든 소주를 여러 물 가지 말고 장작을 때어 고으면 맛이 좋고 백소주로 받아먹어야지 절통도 즉시 낫느니라.”고 되어 있다. 보은 송로주 제작법은 다음과 같다. 통밀을 가루낸 후에 맷돌에 간 녹두물을 섞어 빚어 누룩을 만든다. 삼잎과 도꼬마리잎에 싸서 그늘진 곳에 40∼50일간 띄우면 누룩이 완성된다. 이 누룩을 이용하여 삼해주를 빚는다. 100일 동안 묻어 두었다가 청주를 떠내고 남은 지게미로 송로주의 술밑을 삼는다. 멥쌀로 지에밥을 지어 생률 치듯이 깍은 솔 옹이(관솔)를 20:1의 비율로 섞어 지게미에 섞어 술을 빚는다. 여름이면 일주일, 겨울에는 열흘내지 보름이면 술이 익는다. 이것을 체로 받쳐 지게미를 버린 후에 소줏고리에 넣고 증류하여 만든다.
송로주는 소나무 특유의 향과 담백하고 맑은 맛을 지닌다. 예로부터 송로주를 마시면 장수한다는 속설이 있으며 『동의보감음식법』에는 관절·신경통에 좋다고 기록되어 있는 등 조선시대부터 일반인들의 생활관습속에서 널리 알려졌던 우리 전통 고유주로서 그 가치가 높다.
신선주(청주시)
신선과 같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그 염원을 담아 마시는 술이 약주다. 그 중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4호인 신선주는 10가지 이상의 약재가 들어가는 약주다. 신선주는 충청북도 함양 박씨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약주로, 누룩부터 모든 과정이 전통의 모습을 고수하고 있으며 현재는 ‘현암재’에서 신선주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신선은 죽지 도 늙지도 않는다. 불로불사의 신선이 마시는 술을 약주라고 한다. 옛말에 약주는 ‘백약의 으뜸’이라고 여겨졌다. 따라서 ‘신선’이라는 이름은 주로 약재가 들어간 술에 붙는 이름이다. 신선주는 몇 가지의 약재가 들어가냐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5가지의 약재가 들어가면 ‘오선주’, 7가지는 ‘칠선주’, 8가지가 들어가면 ‘팔선주’라고 불린다. 약재가 10가지 이상 들어가야만 ‘신선주’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현재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4호로 지정된 신선주는 총 12가지의 약재가 들어간다. 들어가는 약재는 생지황, 숙지황, 인삼, 당귀, 감국, 구기자와 구기자뿌리(지골피), 유계, 맥문동, 하수오, 우슬, 천문동이 들어간다. 신선주는 건강을 증진으로 하기 위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많게는 20가지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20가지 이상이 되면 “신선을 뛰어넘어 세상을 구한다”라고 하여 제세신선주(濟世神仙酒)라고 부른다. 신선주의 가장 큰 특징이자 목적은 건강증진이다. 그래서 신선주에는 전염병, 혈관관계, 신경관계 등 여러 질병에 대한 예방과 치료, 강장 효과, 발모와 윤택한 피부를 만들어주는 약재가 들어간다. 그래서 사람들은 신선주를 마시면 건강해지고, 검은 머리에 윤택한 피부를 가진 신선처럼 된다고 믿어왔던 것이다. 신선주를 생산하는 충청북도 청주시 미원지역을 포함하여 충청북도는 속리산에서 발원된 물이기 때문에 옛날부터 물이 순하고 깨끗하고 좋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그래서 충북 무형문화재 2,3,4호가 다 맛좋은 물로 빚은 맛 좋은 술이다. 그중에서도 물맛으로 이름난 미원면 계원리에서 생산하는 신선주는 함양 박씨 집안에서 약 400년간 18대 동안 내려오고 있는 가양주로 1994년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4호로 지정되었다. 옛이야기에 따르면 과거 신라시대 때 최지원이 마을 앞의 신성봉에 암자를 짓고 속리산을 바라보며 술을 즐겨마셨다고 한다. 술을 즐기던 고즈넉한 정자가 있는 신선봉의 이름에서 유래되어 신선주라 부른다고 전한다. 함양 박씨 집안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충청도 도사(都事)를 지낸 박숭상이 낙향한 이후부터 신선주를 빚었다고 전해진다. 단순히 술을 즐기기 위함이 아니라 건강을 위한 목적으로 다양한 약재를 담아 술을 빚어 반주로 즐겼다고 한다. 기능보유자인 박남희씨가 지난해(2019년) 3월 별세하고, 박남희씨의 딸 박준미씨가 이수자로 현재 술을 빚고 있다. 박준미씨는 현암재라는 신선주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연구소 이름은 고조부이신 박래순씨의 호인 현암에서 따왔다. 현암 박래순씨가 쓴 『현암시문합집』에는 신선주에 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박준미씨는 집안의 가양주를 전통방법 그대로 빚으며 신선주의 명맥을 잇고 있다. 좋은 술을 빚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누룩이다. 사실 최근에는 많은 술들이 일본에서 만든 누룩을 사용하기도 한다. 신선주는 누룩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또한, 아끼지 않는 정성과 좋은 재료를 중요하게 여긴다. 술을 빚기 위한 고두밥은 찹쌀로 짓는데 투명한 물이 나올 때까지 100번 넘게 씻어야 한다. 과거 신선주에는 12가지의 약재를 담았지만, 현재는 우슬, 하수오, 구기자, 천문동, 백문동, 생지황, 숙지왕, 인삼, 당귀 육계까지 10가지 약재를 넣는다. 신선주를 만들기 위해 먼저 고두밥을 짓는다. 고두밥에 누룩과 약재를 골고루 섞어 손으로 치댄 다음 항아리에 담아 감국(국화의 일종)과 지골피(구기자 뿌리)를 다린 물을 부어두고 기다린다. 30도에서 약 일주일정도 발효의 과정을 거치는 1차 발효가 끝나면 25도의 온도에서 일주일, 저온에서 다시 일주일을 기다려줘야 술이 완성된다. 신선주는 빚은 뒤, 맑은 발효주를 그냥 약주로 마시기도 하지만 용수를 박아 이를 증류해 소주로 마시기도 한다. 과거에는 술이 시어지기 시작하면 소주를 내려 마셨다고 전해진다. 현재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술은 40도의 신선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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