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도 충청도의 전통주에 대해 알아보겠다. 연엽주, 청명주 그리고 한산 소곡주에 대해 알아보겠다. 이름만 들었을 뿐인데 술맛이 기대되는 건 무엇 때문일까. 그럼 각 전통주에 대해 알아보자.
연엽주(아산시)
충청남도 아산시 송악면에 있는 외암민속마을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민속 마을로, 약 400년 전에 입향한 예안이씨의 집성촌이다. 예안이씨 문중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조선 후기의 대학자 외암 이간[1677~1727]으로 비롯되었다. 외암 이간의 후손이자 조선 말엽에 이조참판을 지냈던 퇴호 이정렬은 퇴임 후 고종 임금의 하사금으로 참판댁[국가민속문화재 제195호]을 지었다. 아산연엽주(牙山蓮葉酒)는 참판댁에서 5대째 내려오는 가양주(家釀酒)이다. 예안이씨 이원집이 개발한 연엽주 양조법은 이원집이 쓴 『치농(治農)』이라는 요리책에 기록되어 있는데, 연엽주는 고종 임금의 수라상에 진상된 전국의 70개 술 중에서 채택된 술이다. 임금이 마시는 술이기 때문에 문중에서는 철저히 제사용으로만 담갔으며, 깊은 정성을 다하여 전통 방식을 고수하였고, 후손에게 정확하게 전수하였다. 외암 이간의 8대 종손 이득선과 종부 최황규가 전승하여 1990년 12월 31일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되었다가 2021년 11월 19일 문화재청 고시에 의해 문화재 지정번호가 폐지되어 충청남도 무형문화재로 재지정되었다. 아산연엽주 제조법은 최황규의 큰며느리 이은주와 둘째 며느리 이효숙이 전수하여 아산연엽주의 공식 이수자가 됨에 따라 180여 년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아산 연엽주의 유래는 “과거 극심한 가뭄이 들면 쌀 소비가 많은 술을 못 빚게 하고자 금주령이 내려졌는데, 임금께서 술을 못 드시게 된 것을 안타깝게 여긴 신하들이 차보다는 도수가 높고, 여느 술보다는 도수가 낮은 약주인 연엽주를 빚어 드시게 했다. 예안이씨 5대조, 이원집이 당시 연엽주의 양조(釀造)에 관여했던 관계로, 그 제조법이 사가에 전해져서 가문의 가양주로 이어지게 되었다”라고 한다. 이후 종가(宗家)의 맏며느리들이 제조 기술을 전수하여 손님을 접대하거나 제사에 쓰기 위해 술을 빚었다. 아산연엽주는 1980년대 정부의 민속주 개발정책의 추진에 따라 1990년 6월에 주류 제조면허를 취득하였다. 대량생산 체제로 변환하지 않고 전통 방식을 고수함에 따라 한정된 생산에 그치고 있지만, 이로 인해 고유의 술맛은 지켜내고 있다. 술을 만드는 모든 재료를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여 담그는데, 물은 외암리의 맑은 물을 이용하고 직접 재배한 연잎과 뒷산의 솔잎을 따서 사용하며 누룩도 손수 만든다. 술은 좋은 달, 좋은 날짜를 택하여 담그고 술독을 놓아두는 방향까지 꼼꼼하게 따진다. 술을 담그는 전날에는 목욕재계하여 준비하고 사람이 드나들면 양조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의 왕래가 없는 새벽 6시를 택하여 담근다. 술을 담그는 과정에서는 창호지를 입에 물고 침이 튀는 것을 방지하며 말을 삼가야 한다. 모든 진행 상황에서 전수하는 가족들의 각별한 노력과 정성이 뒤따라야 한다. 가양주는 보통의 종가에서 제사용, 접빈객용으로 빚지만, 아산 외암마을 참판댁의 아산연엽주는 오직 제사에 쓰일 제주로 빚는다는 점이 주요한 특징이다. 참판댁에서는 연엽주와 어울리는 최고의 안주로 ‘족편’이 내림음심으로 전해지고 있다. 암소 앞다리로 만드는 족편은 묵과 같은 형태인데, 얇게 썬 족편에 고추, 달걀지단을 얹은 안주와 곁들이면 부드러운 고기 맛을 느끼면서 연엽주의 본디 향과 맛을 잘 느낄 수 있다고 전한다.
청명주(충주시)
청명주는 충주 김해 김씨 문중에서 빚어왔던 가양주의 일종으로, 지금은 충청북도 충주시 중앙탑면에 위치한 중원당 청명주 양조장에서 생산한다. 24절기 중 하나인 청명에 술을 빚거나 마셔 그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청명주는 알코올 도수 17도의 맑고 부드러운 술로 조선시대부터 유명한 전통주 중 하나이다. 1993년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2호로 지정되었다. 충주 창동리에 거주하는 김해 김씨 문중에서 만든 것으로 알려진 술로, 통밀을 이용해 만든 누룩과 찹쌀로 여러 차례 발효를 진행해 1백 일 정도의 기간을 거친 뒤 맑은 술을 떠내 완성한다. 당시 중원은 선비들과 상인들의 중간 집결지 노릇을 했기에 이 길을 타고 상인들에게, 사대부들에게 전파되었고, 조선 후기의 실학자 성호 이익 역시 저서 <성호사설>에서 "나는 평생 청명주를 가장 좋아하며 청명주의 양조 방법을 혹시나 잊어버릴까 두려워서 기록해 둔다'며 청명주를 찬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가양주를 만드는 것을 금지하면서 청명주는 한동안 명맥이 끊겼다가, 가문에 전해지는 향전록과 고문헌 등을 통해 김영기 씨가 다시 만든 것이 현재의 청명주이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1993년에는 충북도의 두 번째 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2005년부터는 김영기 씨의 아들인 김영섭 대표가 전수자로서 청명주를 만들고 있다. 특히 현재는 문화재로 지정된 청주 외에도 탁주와 소주를 생산하는 등, 실전되었던 청명주의 명맥을 다시금 잇고 있다. 2021년 추석에는 코로나19 대응 의료진을 비롯해 1만 5천여 명의 시민들에게 청와대에서 나눈 추석 선물의 구성품에 포함되면서 다시금 주목받기도 했다. 24절기 중 다섯 번째 절기인 청명(淸明)은 춘분과 곡우 사이에 들어있다. 청명주는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청명에 술을 빚어 농사일이 한창때 농주나 집안 행사에 사용되었다고도 하고 청명에 마시거나 한식 때 제사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빚은 술이라고도 한다. 청명주는 찹쌀로만 두 번에 걸쳐 빚는 이양주로서 청명주를 빚는 방법은 『주방문』, 『음식보』, 『술 만드는 법』, 『양주방』, 『임원경제지』 등 옛 문헌에 전해오고 있다. 네 가지 방법이 전해지는데, 찹쌀죽을 쑤어 누룩과 밀가루를 섞어 발효시켜 밑술을 만들고, 덧술은 찹쌀로 고두밥을 지어 넣는 공통점이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익은 저서 『성호사설』에서 “나는 평생 청명주(淸明酒)를 가장 좋아 한다. 청명주의 양조방법을 양계처사에게 배우고 나서 혹시나 잊어버릴까 두려워 기록해 둔다”라고 하였다. 또한, 청명주는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경상도 사대부들이 충주에 이르러 청명주를 마시고 가면 문경새재에 다다라서야 취기가 깼다"라고 할 정도로 청명주의 취흥이 오래 지속되었다고 한다. 현재 청명주는 충주 김해 김씨 문중에서 오랫동안 전통으로 내려온 가양주이다. 1993년 충북 무형문화재 제2호로 지정되어 충주시 중앙탑면 청금로에 위치한 중원 청명주 양조장에서 주조되고 있다. 이곳에서 만드는 청명주는, 찹쌀과 엿기름 그리고 재래종 통밀로 제조한 누룩만을 사용하여 술을 빚고, 저온에서 100일 정도 발효, 숙성시켜 완성한다. 완성된 청명주는 알코올 도수 17도로 맑고 부드러운 맛을 지닌다. 차갑게 하여 마시면 맛이 더 좋고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도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전통주이다. 누룩의 재료인 통밀이 발효되면서 만들어진 향이 깊고 풍부하다. 적당한 양의 청명주는 갈증을 없애 주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며 신경계통에 효과가 있다.
한산소곡주(서천군)
옛날 백제 지역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며 최초의 기록은 삼국사기 백제본기에 나오는데 다루왕 11년(38년), "추곡이 여물지 않아 백성들에게 소곡주 빚는 것을 금지시켰다"라는 기록이 나온다. 또한 무왕(백제) 37년(636년), 무왕은 신하들과 고란사(皐蘭寺) 부근의 사비하(泗沘河, 현 백마강) 북포(北浦)에서 연회를 가졌는데, 소곡주를 마신 뒤 기분이 즐거워 북을 치고 거문고를 켜며 노래를 부르고 여러 번 춤을 췄다는 기록이 있다. # 그리고 마의태자가 "개골산에 들어가 나라를 잃은 설움을 술로 풀었는데 그 맛이 소곡주와 같았다"라는 이야기가 구전되고 있다. 그래서, 한산소곡주는 무려 1500년이 넘는 매우 긴 역사를 자랑하며 '한반도 역사상 최초로 기록된 한국의 전통주'라고 봐도 부족하지 않다. 그 외에 소곡주에 대한 기록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를 비롯하여 『경도잡지(京都雜志)』, 『음식디미방』, 『음식보(飮食譜)』,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규곤요람(閨壼要覽)』, 『규합총서(閨閤叢書)』, 『요록(要錄)』,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규합총서(閨閤叢書)』, 『양주방(釀酒方)』, 『역주방문(曆酒方文)』, 『시의전서(是議全書)』와 『부인필지(婦人必知)』, 『술 만드는 법』과 같은 문헌에 나와 있다. 이처럼 소곡주가 조선시대 문헌에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술 빚는 게 체계를 갖추게 된 조선시대에 이르러 소곡주가 비로소 대중화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800년대 초에 저술된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는 조선의 네가지 명주로 평양의 감홍로, 홍천의 백주, 여산의 호산춘, 그리고 한산의 소곡주를 꼽았다. 앉은뱅이 술이라는 별명이 있는데, 말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술을 빚던 며느리가 술이 잘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젓가락을 찍어먹는데, 그 맛이 좋아서 계속 먹다가 취해서 일어나지 못해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거나, 조선시대에 과거를 보러가던 선비가 한산에서 쉬다가 술맛에 눌러앉아서 과거 시험장에 가지 못했다거나 하는 여러가지 전해오는 이야기들이 있지만 공통적인 점은 너무 맛있어서 계속 마시다 보니 자기도 모르는 새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할 만큼 취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금도 별명대로 술꾼 하나 앉은뱅이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 이유는 맛 단락을 참조하자. 1960~70년대 양곡관리법에 의해 전통주 제조가 막혔을 때에도 충남 서천군 한산면에서는 집집마다 소곡주를 몰래 빚어왔었다. 우희열 명인도 처음 시집을 왔을 당시에는 정부에서 밀주 단속 때문에 유통을 못하여 제조 허가가 나오지 않았을 때임에도 시어머니(고 김영신 명인)가 한산소곡주를 몰래 제조하고 있었고 자신도 시어머니에게 배웠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고 한산소곡주를 충청도의 지역 특산물로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지원하면서 서천군 한산면에서 만드는 소곡주만 '한산소곡주' 라는 이름을 쓸 수 있게 되었으며 영세한 양조장들에게는 공동 패키지도 제공하고 있다. 후퇴 일로에 놓여 있는 다른 지역의 전통주 도가의 입장에서는 부럽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서천군 한산면에 거주하는 도가 집안의 양조장에서 대대로 제각기 내려오는 다른 비법으로 만드는 가양주까지 합치면 레시피의 가짓수도 엄청나게 불어난다. 가장 유명한 것은, 주로 대형마트에서도 납품되는 우희열 명인의 소곡주이지만 그 외에도 품질이 좋은 소곡주를 만드는 양조장이 많으며 한산면 도가의 양조장마다 전통적인 비법과 레시피가 조금씩 달라서 술맛이 제각기 다르다. 진한 단맛과 감칠맛(savory taste)의 결합이 소곡주의 특징인데, 이 단맛과 감칠맛의 비율에 따라 양조장의 개성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소곡주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흴 소(素)에 누룩 국(麯)을 써서 소곡주(素麯酒)라 표기하기도 하고, 흴 소 대신 작을 소를 써서 소곡주(小麯酒)라고도 한다. 소곡주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우희열 명인의 인터뷰에서는 옛날에는 흰 옷을 입고 정갈한 마음으로 담갔다 하여 소곡주(素麯酒)라 불리지 않았나라고 추측한 바 있다. 또 다르게는, 희다는 것은 맑다는 것이고 '곡'에는 술이라는 뜻도 있으므로, 소곡(素麯)이 곧 청주(淸酒)의 이칭이라는 설도 있다. 백제 멸망 후 유민들이 소복을 입고 담가서 그렇게 불리게 되었다는 구전도 있다. 소곡(素麯) 또는 소곡(小麯)이 사용하는 누룩의 종류를 말하는 것이라고 추측하는 입장도 있다. 즉 '흰누룩으로 담근 술' 또는 '작은덩어리 누룩으로 담근 술'이라는 것이다. 빛깔이 희게 바랜 누룩으로 담근 술이라는 설은 박록담 씨가 주장하고 있다. 한편 중국술에 소곡(小麯)이라는 누룩 종류가 있기는 하지만(주로 남방계 백주의 양조에 쓰임) 한산소곡주와는 관계가 없는 듯하다. 소곡(小麯)을 '누룩이 적게 들어간다'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는데, 한자 '작을 소'의 일반적인 용법과 맞지 않고 실제로 결코 누룩이 적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믿기 어려운 설이다. 1979년 7월 3일 충청남도의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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