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충청도의 전통주를 소개하는 마지막 글이 되겠다. 그렇다고 전통주 소개가 끝이 나는 것은 아니다. 충청도의 전통주인 짚동가리술, 대덕주, 들국화주, 계정주, 방문주, 쌀술에 대해 알아보겠다. 지루한 소개였을텐데 매번 읽어주시는 분이 있다면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린다.
짚동가리술(아산시)
충남 아산시 선장면에 가면 촌스러운 이름의 술이 있다. 명칭은 ‘시골스럽고’ 투박하지만 맛 하나는 일품인 바로 ‘짚가리(짚동가리)술’이다. 다른 전통주들이 그 나름의 맛과 고풍스러움을 자랑하고 있지만 짚가리술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애환과 이를 극복한 고난의 역사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국내 유일의 명주라 할 수 있다. 짚가리술은 당진의 우강면, 합덕읍 일대에서 수확한 쌀로 술을 만들어 짚가리에서 발효, 숙성한 술이다. 술의 이름은 일제 강점기 밀주 단속에서 비롯되었는데, 단속원을 피하기 위해 짚가리 속에 숨겨 두었던 술이라고 해서 '짚가리술'이라 부르게 되었다. 쌀, 누룩, 이스트, 사카린, 물 등이 술의 재료이다. 짚가리술은 충청남도 당진뿐만 아니라 아산 지방에서도 전통주로 전승되고 있다. 짚가리술은 일제의 주세법 제정과 밀주 단속을 배경으로 탄생하였다. 당시 일제의 단속으로 인해 각 가정에서 제조된 술은 단속원들의 눈을 피해 음지로 숨게 됐다. 짚가리술은 술을 빚어 술독을 땅에 묻거나 땅 위에 놓고, 그 위에 짚가리를 쌓는 식이다. 이듬해 짚가리를 사용할 때쯤에는 짚가리 속의 독특한 온도와 습도로 인해 독특한 향과 맛을 가진 밀주를 꺼내 먹을 수 있다. 특히 당진의 우강면, 합덕읍 일대의 사람들은 짚가리술 제조 기술을 전승하여 계속 술을 담가 마셨고, 짚가리술은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 문화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최근 우강면 대포리 원대포 마을은 짚가리술을 마을 관광 상품으로 육성하고 있다.
짚가리는 술을 은닉하기 좋은 수단으로서 뿐만 아니라 그 맛을 내는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짚가리 속은 보온효과가 뛰어나 그 속에 있는 술의 안정적인 발효를 가능하게 했다. 땅에다 묻고 짚을 수북이 덮을 때는 훨씬 술맛이 좋았다. 추수가 끝나고 빚은 술을 늦봄에야 꺼내 먹기 때문에 술이 저절로 6개월 넘게 장기 숙성될 수 있었다. 우리네 민속주중에는 한산소곡주 등 백일동안 숙성시키는 백일주가 있지만 땅속 짚가리술은 그 백일주보다 최소 2배 이상 더 오래 숙성되기 때문에 독특한 맛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짚가리술의 특징은 코끝에서 뿐만 아니라 입안에서도 향이 오랫동안 머문다는 점. 입에 대고 한 모금 마시면 달착지근하고 쌉싸래한 느낌이 진한 뒷맛을 남긴다. 짚가리술이 아산지역에서 탄생하게 된 데에는 주변환경 여건도 작용했다. 인접한 당진군 등에서도 짚가리술이 만들어졌지만 이는 대부분 아산지역에서 전파돼 제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인근 지역중 특히 아산지역 선장면이 농토가 넓어 짚가리가 많았고 그래서 주민들이 숙성과정에 이를 쉽게 이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짚가리술은 짚동가리술로도 불리는데 짚동은 짚단이나 짚뭇과 같은 뜻이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짚가리술을 짚동가리술이라 부르기도 한다.
대덕주(대전시)
조선시대부터 유(柳)씨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 제주로 명절과 제사 때 나눠 마시던 술로 마을에 큰 경사나 애사에도 빠짐없이 준비하여 나누던 술이다. '큰 덕을 담은 술'이라 하여 대덕주라 불린다. 누룩의 그윽한 감칠맛이 나며 찹쌀의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난다. '산막대덕주'는 노점옥씨가 1982년 유씨 종가의 며느리로 시집을 와서 종가에서 대대로 빚어온 술을 만난 계기로 개발된 술이다. 당시 술을 빚어 100일이 넘어야 술을 걸렸는데 집안을 찾는 손님과 농사일에 새참과 함께 곁들여 내놓았다. 추후 노점옥씨가 양조장을 인수하게 되어 술에 대한 공부를 하다 집안에서 빚던 술을 상품화하기로 결심한다. 황토물을 거른 지장수를 사용하여 깊은 술맛을 내고 전통방식으로 제조하여 지금의 '산막대덕주'에 이르게 되었다.
'산막대덕주'는 우리밀과 지장수로 빚어 40일 이상 숙성시킨 누룩을 이용하여 국내산쌀(찹쌀, 맵쌀) 100%로 빚어 100일간 발효 숙성 시킨다. 술을 마신 후 투통이 없고 숙취가 없어 명절에 제주로도 좋다.
들국화주(서산시)
충남 서산의 ‘들국화주’는 들국화의 아름다움과 맛, 멋과 향을 모두 머금고 있다. 예술주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야생 들국화만 쓴다. 시중에서 요즘 재배한 들국화가 유통되고 있지만 맛과 향기가 야생만 못하다. 전씨는 남편 이문수씨(54)와 함께 충남 서북부지역 주민들이 빚어 마시던 민속주인 들국화주를 하나의 상품으로 개발한 주인공이다. 전씨는 들국화의 그윽한 향기와 맛을 머금은 이 술은 국내 그 어떤 술과 경쟁해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전씨는 “우리지역 서민들의 애환과 멋이 담긴 술을 지켜내고 싶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들국화 등 재료의 색깔에 따라 연한 황색 또는 담황색을 띠는 들국화주는 우리나라 최고의 술”이라고 말했다. 들국화주에는 인삼·산수유 등 우리 몸에 좋은 8가지의 한약재가 들어간다. 예술주조 측이 특히 자랑하는 것은 이 지역 특산품인 생강을 술에 넣는다는 것이다. 생강 때문에 한결 감칠맛이 돌며 몸에도 좋다고 전씨는 목소리를 높였다. 요즘 뒤끝이 깨끗하다는 술이 많지만, 들국화주만큼 뒤끝이 깨끗한 술도 없다고 전씨는 설명했다. 서산 생강과 들국화의 절묘한 배합 때문에 술 마신 다음날 정신이 더욱 맑아진다는 소리도 듣는다고 했다. 들국화주는 또 한가지의 특징이 있다.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것이다. 13도인 들국화주를 마셔본 여성들은 먼저 향에 취하고 맛에 놀란다. 깊은 향기와 부드러운 맛은 여성들의 입에도 딱 맞는다는 평가다.
계정주(예산군)
약주 계열의 술로 예산 응봉면 계정1리 마을 주민들이 단속을 피해 밀주로 만들어 마시던 술이다. 독특하고 그윽한 누룩향이 나서 맛이 있으나 꽤나 독한 편이라고 한다.
방문주(청양군)
청주 계열의 술. 청양 지방에서 전통적으로 일정한 제조법에 따라 빚어오던 술이다. 서병훈씨가 상품화하며 지역 특산물인 구기자를 첨가했는데 지금은 양조장이 폐업하였다고 한다. 도수는 13도다.
쌀술(보은군)
과하주 계열의 술. 발효과정에 들어가기 전, 소주를 적당량 부어 주정을 강화한다. 보은의 향토주로 쌀을 이용해 만들어서 쌀술이라고 부르는데 보통 멥쌀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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