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종갱(曉鐘羹)은 '새벽종이 울릴 때 먹는 국'이라는 뜻이며, 배추속, 콩나물, 쇠갈빗대, 해삼, 전복, 버섯 따위를 된장 푼 물에 종일 푹 고아 만든 해장국이다. 해삼과 전복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보다 고급스러운 해장국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런 비싸고 귀한 재료들이 들어간 만큼 양반들이 자주 먹는 고급요리였다. 《해동죽지》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현대에는 한국사 최초의 배달음식이자 야식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입소문과 함께 남한산성 근처에 효종갱을 재현하며 판매하는 식당들도 생겨났다.
효종갱의 역사
효종갱이 등장하는 문헌은 1925년 최영년(崔永年)이 쓴 해동죽지(海東竹枝)이다. 해동죽지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세시풍속에 대해 기록한 것으로 상, 중, 하의 세 부분으로 나눠진 1권의 책이다. 상편에는 단군조선, 고구려, 신라, 백제, 가야, 고려, 조선에 이르는 역사적 내용과 민담, 풍습을 담았다. 중편에는 속악 유희, 명절 풍속, 음식, 전통 놀이를 소개하고 있다. 하편에는 지역의 명소와 사묘, 전묘, 정각, 누대 등을 다루었다. 이처럼 해동죽지는 요리책이 아니라 일제식민지가 된 이후 기존의 역사와 풍습 등이 잊혀질까 염려하여 저자가 각종 정보를 모아둔 서책이라 자세한 조리법이나 형태를 짐작하기에는 무리가 많다. 또한 해동죽지의 죽지(竹枝)란 중국의 악부인 죽지사(竹枝詞)를 뜻하는 것으로 일종의 문장·시형식이다. 죽지의 형태로 글을 쓰려면 한문으로 7언 연작 한시를 짓게 되므로 이 역시 일반적인 문장 형식과는 달라 자세한 정보를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아래는 해동죽지에 나오는 효종갱에 대한 원문을 직역한 것이다.
'효종갱 광주성 안에서 이 국을 잘 만든다. 배추속대, 콩나물, 표고, 소갈비, 소뼈, 해삼, 전복에 토장을 넣어서 하루종일 끓인다. 밤에 국항아리를 솜에 싸서 도성으로 보낸다. 재상가에 도착하면 새벽종이 울릴 때가 되는데, 국항아리는 아직 따뜻하여 술 마신 후에 이 국을 먹으면 달고 담백하고 향기롭기로 유명하다. 어떤 이는 이 국을 북촌갱이라 부르기도 한다.'
효종갱에 대한 묘사는 2023년 현재까지 모든 자료를 통틀어서 이게 전부이다. 이것 이외에 조리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이나 배달하는 과정에 대한 묘사는 전부 후대의 창작이며 조작이다. 이후 효종갱이라는 이름이 여러 매체에 등장하면서 관심도가 높아져 효종갱을 재현했다는 음식점이나 실제 배달이 가능했다·불가능했다 등 다양한 논의가 있지만, 현재 효종갱에 대해 서술된 역사서는 이 해동죽지가 전부이다.
효종갱 관련 일화
효종갱의 유명세를 알 수 있는 이야기도 있는데 1851년(철종 3년)에 영의정을 지낸 안동김씨 세도가 김흥근이 효종갱의 명성을 듣고 언젠가 한번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고 결국 어느 날, 전날 한잔 걸치고 일어나 망건 차림으로 새벽 일찍 와서 효종갱을 먹으니 그 맛이 일품이었다. 하지만 술이 덜 깼는지 돈을 미처 챙기지 못했고 졸지에 먹튀가 되어 곤욕을 치르게 되었는데, 그때 마침 옆에서 한 그릇 걸치고 일어난 한 봇짐 상인이 '이분 얼굴이나 행색을 보아하니 글 좀 꽤 읽은 선비 분 같다'라고 옹호해 주며 대금을 치러주었다. 호의에 감격한 김흥근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그자의 성명을 물어보며 몇 배로 갚으려 하자 상인은 '곤란한 사람을 보면 돕는 게 도리요, 보상을 바란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고는 유유히 자기 갈길을 떠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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