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북한도 포함된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분단되어 있지만 언젠가는 통일이 될꺼라 생각한다. 이번 글에서부터는 북한의 평안도, 함경도, 황해도에 존재한 전통주에 대해 소개하겠다. 이번에 소개하는 전통주는 평안도의 전통주들이다. 평안도의 전통주들 중 감홍로, 문배술, 계명주를 소개하겠다.
감홍로(평양시)
오주연문장전산고를 쓴 이규경이 '중국에 오향로주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평양의 감홍로가 있다'고 하듯이 본래는 평양 지역의 술이었다. 그 중 이병일 옹이 평양 지역에 평천양조장을 설립하여 운영했고 후에 그 아들인 이경찬 옹(1915~1993)이 양조장을 이어받아 문배술과 감홍로를 생산하고 있었는데 6.25 전쟁 때 남한으로 내려오면서 현재 남한에서 맥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후 국내의 양곡관리법 때문에 한동안 제조를 중단했다가 1986년부터 다시 제조해오고 있다. 이경찬 옹은 둘째 아들 이기양 명인(대한민국식품명인 제5호)에게 감홍로를 전수했다. 이기양 명인이 2000년에 사망한 후 현재는 이경찬 옹의 막내 딸인 이기숙 명인(대한민국식품명인 제43호)이 이어받아 생산 중이다. 술에 사용되는 약재는 지초, 생강, 계피, 정향, 용안육, 진피, 감초 7가지로, 강한 한방향이 특징이다. 원래 이경찬 옹 시절에는 '방풍'이라는 약재도 사용하였는데 지금은 그 약재가 법률상 의약품으로 분류되면서 사용이 어려워져서 뺐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는 술에 붉은 색이 많이 줄어들어서 황색에 가깝다. 이기숙 명인에 따르면 감홍로의 붉은 색은 지초에서 나오는데, 지초를 술에 오래 담그어 두면 술맛을 해쳐서 양을 적게 넣고 있다고 한다. 불휘발분이 많지 않은지 주세법 상 분류는 일반 증류주이다. 도수는 40도다.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도 좋지만 높은 도수와 한방향 때문에 꺼려진다면 얼음을 넣어 온더락으로 마시거나 뜨거운 물에 희석시켜서 마시는 것도 좋으며,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에 곁들이기도 좋은 술이다. 에스프레소 커피 대신 감홍로를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부은, 감홍로 아포가토로 만들어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도 가능하다. 감홍로를 초콜릿 안에 넣어 만드는 감홍로 초콜릿도 가능하다. 그 외에 호두 아이스크림이나 요거트와 곁들여 먹어도 좋다. 그리고 회 같은 날음식과는 어울리지 않으며 육류와 잘 어울린다. 어란이나 황태포구이, 녹두전에도 잘 어울린다고 한다. 1800년대 초에 저술된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는 조선의 네가지 명주로 한산의 소곡주, 홍천의 백주, 여산의 호산춘 그리고 평양의 감홍로를 꼽았다. 그리고 그보다 앞서 18세기 실학자였던 유득공의 시 '애련정'에는 "곳곳마다 감홍로니, 이 마을이 곧 취한 마을일세(滿滿甘紅露/玆鄕是醉鄕)"라는 내용이 나오며, 동국세시기에서는 평안도 지방에서 알아주는 술로 감홍로와 벽향주가 있다고 나온다. 최남선도 조선의 명주로 이강고, 죽력고와 함께 감홍로를 꼽았다. 또한 별주부전에서는 토끼의 간이 필요했던 자라가 토끼를 용궁으로 데려가기 위해 "토선생, 용궁에 가면 감홍로도 있다"고 말하며 토끼를 꼬신다. 그리고 춘향전에서 성춘향이 이몽룡과 헤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함께 마시는 술로 감홍로가 나오는 등, 감홍로는 조선시대 당시에 가장 유명한 명주 중의 하나였다.
문배술(평양시)
문배주는 평안도 지방에서 전승되어 오는 술로 술의 향기가 문배나무의 과실에서 풍기는 향기와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문배주는 해방전에는 평양 대동강 유역의 석회암층에서 솟아나는 지하수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원료는 밀·좁쌀·수수이며, 누룩의 주원료는 밀이다. 술의 색은 엷은 황갈색을 띠며 문배향이 강하고, 알코올 도수는 본래 40도 정도이지만 증류 및 숙성이 끝난 문배주는 48.1도에 달하므로 장기간 저장이 가능하다. 보통 6개월∼1년 동안 숙성시켜 저장하는데 문배나무의 과실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문배향을 풍기는 특징이 있다. 대한민국의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나, 본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평양 인근에서 마시던 향토주였다. 고려 시대에 어느 가문에서 조상 대대로 비밀스럽게 전해 내려오던 제조 방법대로 문배주를 빚어 고려 태조 왕건에게 진상했는데, 왕건이 매우 기뻐하면서 높은 벼슬을 주었다는 이야기 전해 온다. 일제강점기에는 평양 주암산 아래에 있던 평창양조장이 문배주 제조로 유명했다. 고려 시대부터 왕이 마시는 술로 알려졌고, 현대에도 귀한 외국인 손님의 환영연에서 문배주를 대접하는 전통이 있어 빌 클린턴, 미하일 고르바초프 등이 한국을 방문하여 문배주를 즐겼다. 남북 정상 회담에서 양 정상이 건배하고 마신 술도 문배주일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술 중 하나이다. 1986년에 서울의 문배주, 충청남도 면천의 두견주, 경주 교동 최씨가의 법주가 국가무형문화재로 함께 지정되었다. 문배주 또는 문배술은 한국의 전통 술이다. 1986년 11월 1일 대한민국의 국가무형문화재 제86-1호로 지정되었다. 소주와 같은 증류주로서 문배나무의 과실 향이 풍긴다는 데서 문배주라는 이름이 나왔다. 실제로 문배주의 제조에 문배나무 과실이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계명주(강동군)
계명주(鷄鳴酒)는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지둔리, 결성장씨 가문에 전해오고 있는 술이다. 1987년 2월 12일 경기도의 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되었다. <계명주>는 '저녁에 빚으면 다음날 새벽닭이 울 때까지는 다 익는다.'고 하여 붙여진 술 이름이다. 『동의보감』을 비롯하여 『임원십육지』에 '계명주' 술 빚는 방법이 수록된 것으로 미루어, 이미 1500년대 이전부터 빚어 마셔왔던 것으로 여겨진다. 급하게 술을 빚을 필요가 있을 때 만들었던 속성주(速成酒)로 일일주(一日酒), 삼일주(三一酒), 계명주 등이 이에 속하고 일명 엿탁주라고도 한다. 계명주는 크게 누룩으로 빚는 일반적인 속성주법을 기본으로 엿기름이나 조청, 사탕을 넣어 당화를 촉진하는 방법과 효모를 이용한 속성주법 등 두 가지 주방문이 존재하며, 특별한 목적에 따라 여러 가지 약재를 첨가한 '약계명주'가 빚어졌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현존하는 가양주 형태의 계명주가 남양주의 결성장씨 가문에 전해오고 있다. 전승 가양주로서 ‘남양주 계명주’는 평안남도 강동군의 토속주로 결성장씨 집안의 11대 종손 장기항(62)씨의 모친이 1·4후퇴 때 기일록(忌日錄)만 품고 피난 온 후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에 터를 닦게 되었는데 종부인 며느리 최옥근(57)씨에게 대대로 간직해온 계명주 빚는 제법을 전수해 준 뒤 80세로 타계했다. 이후 1987년 경기도 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받은 기능보유자가 되었고, 1996년 4월에는 농림부의 명인名人 지정이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계명주의 독특한 맛을 내는 제조 공정은 재료로 찹쌀이나 멥쌀을 쓰지 않고 고구려인들의 주식이었던 옥수수·수수 등 잡곡을 사용하고 은근히 끓이는데 있다. 일반 곡주가 고두밥으로 밑술을 만드는 것과 달리 조청(엿)과 엿기름을 사용, 죽을 쑤어 빚고 누룩을 조청에 담가 골고루 스며들도록 6~7일간 묵혀둔다. 그 사이에 옥수수·수수를 적절히 섞어 10~12시간 정도 불려 맷돌에 갈고 물을 3배가량 붓고 엿기름을 넣은 뒤 가마솥에서 은근히 끓이고 거른다. 자루로 걸러낸 술 원료를 차게 식힌 뒤 조청에 밴 누룩과 솔잎을 배합시켜 항아리에 넣은 다음 섭씨 25~28도의 실내에서 여드레 동안 발효시켜 걸러내면 노르스름하고 맑은 알코올 함량 11%의 계명주가 제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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