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부터는 서울의 지역별 음식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한국의 전통 음식도 많지만 지역별로 알려지지 않은 맛있는 음식도 많을 것 같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직접 맛보지는 못한 음식이 대다수라 맛 표현은 없겠지만 한번쯤은 먹어보고 싶은 음식들이라 생각된다. 서울부터 시작해 각 지역의 음식 소개 시작해 보겠다.
서울 음식 숯불갈비
간단히 얘기하면 숯불 위에 석쇠를 올려놓고 그 위에 갈비살등을 얹혀서 숯불에 구워 익혀먹는 요리다. 숯불갈비의 요리법은 간단하지만 숯불이라는 것이 집에서는 다루기 쉽지 않다 보니 보통은 고깃집에서 갈비를 주문하면 달궈진 숯불을 불판에 넣고 그 위에 판을 올려서 주문한 양만큼의 갈비를 가져와 구워 먹거나 야외 캠핑을 통해 숯불에 구워 먹는다. 소금구이나 양념구이 스타일로 먹는다. 고깃집에서 먹을 경우 2인분 이상 주문해야 하기 때문에 혼밥족 입장에선 먹기 힘들었지만 요즘은 1인만 파는 가게가 늘고 있다. 숯불갈비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상추나 깻잎을 포함한 여러 쌈채소에 마늘, 된장, 싸먹을 수 있는 여러 야채들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는 음식이다. 불고기와 함께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메뉴다. 소갈비는 물론 돼지갈비도 구워서 먹을 수 있다. 단, 소갈비의 경우 일찍 익는 편이지만 돼지갈비는 좀 더 익힌 후 먹는 게 좋다.
숯불갈비는 서울 마포에서 처음 나타난 형태는 양념을 하지 않는 생갈비였으나, 식재의 상태에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 보니 일부 지역, 혹은 상대적으로 비싼 소갈비에만 남아있고 현재는 대부분 양념갈비를 하는 실정이다. 오히려 갈비구이 하면 부위에 상관없이 양념에 재운 고기를 구워 먹는 요리로 인식이 바뀐 수준. 사실 이 양념갈비가 다른 나라 갈비 요리와 한국 갈비 요리의 차이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생갈비에 가까운 소금갈비를 해 먹는 집도 없는 건 아니며, 집에서도 만들 수 있긴 하다. 양념 돼지 갈비 구이의 경우 가격이 저렴하여 서민들의 고기 요리로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명륜진사갈비 같은 전문 무한리필집도 생길 정도로 인기 있는 음식이다. 초보자도 쉽게 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요리지만 의외로 전통 있는 음식은 아니다. 1950년대 처음 탄생했는데, 당시만 해도 찜이나 수육으로 소비하던 갈비 부위를 서울특별시 마포구의 한 고깃집에서 양념해 구워낸 것이 시초이다. 구운 갈비 특유의 맛이 전국에 유행해 대중화되었다. 국내에서 숯불갈비로 유명한 곳은 수원, 포천, 인천, 춘천, 서울 마포 등의 지역이다. 특히, 수원시와 포천시는 소갈비로 인천광역시와 서울특별시 마포구는 돼지갈비로 춘천시는 닭갈비로 유명하다. 소갈비는 수입산은 물론이고, 국산이면 그 가격이 엄청 비싸서 국산 소갈비를 판매하는 곳은 아예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는 경향이 강하다. 닭갈비는 일반적으로는 닭 정육을 양념에 버무린 후 야채와 함께 철판에 볶아먹는 것이 대부분이나, 정말로 숯불에 구워먹는 방식도 존재한다. 양고기 역시 양갈비가 있기는 하나 가격, 사육 환경, 대중성과 인지도가 국내에서는 너무나도 떨어진다. 반면 양고기가 대중화한 국가들에서는 숯불에 구운 양고기를 즐긴다. 갈비구이만큼은 분명히 외국에서도 잘 팔리는 편이다. 일본에서도 갈비 구이를 가리켜 '카루비(カルビ)'라고 발음하기에 한국의 갈비 요리의 인기에 영향을 받아 명칭이 굳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인기가 좋은 한국 요리 중 하나이다.
서울 음식 닭한마리
닭한마리는 대파, 양파 등과 함께 끓여낸 육수에 토막 낸 닭을 넣어서 후추, 향신료, 마늘, 생강 등과 함께 전골 형식으로 끓인 후, 김치와 양념장으로 간을 하고 떡이나 칼국수 사리를 넣어 끓여서 겨자 양념간장에 찍어먹는 요리다.
사실 '닭한마리'라는 명칭은 다소 애매하다. 사실 통닭도 닭 한 마리인 건 마찬가지이고, '닭한마리'라는 이름으로는 조리법이나 맛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조리법대로 이름을 붙이자면 '대파닭전골' 식이 되거나, 닭한마리엔 칼국수가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가기에 '닭칼국수'라고 이름을 붙일 수도 있겠지만, 칼국수보다는 고기가 메인인 요리여서 그다지 적절하지 않다. 가게에 따라서 칼국수만 넣어서 '닭칼국수', 고기까지 있는 건 '닭한마리'로 메뉴가 따로 있는 경우도 있다. 정말로 닭의 머릿수를 셀 때라면 '닭 한 마리'로 띄어 써야 하겠지만 하나의 요리명으로 굳어져 '닭한마리'라고 붙여서 쓰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다만 방송에서는 일일이 '닭 한 마리'라고 띄어 쓴다. 일본어로는 발음 그대로 읽어 '닷칸마리(タッカンマリ)'라고 표기한다. 중국어로는 직역하여 一只鸡(번체로는 一隻雞)라고 표기한다.
정확히 무엇이 기원인지는 알려진 바 없지만 대략 1970년대의 서울 중부 근처의 한 식당에서 즉석으로 부르던 명칭을 근간으로 한다. 닭백숙을 빨리 먹으려는 손님들이 "닭 한 마리 주세요!"라고 말하던 것이 굳어져 그대로 '닭한마리'가 고유명사화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닭백숙과 차이점은 고기가 부위별로 잘라내져 나온다는 게 다른데, 빠르게 끓이기 위해 기존 닭백숙과는 달리 닭을 부위별로 잘라내 서빙했고, 완성된 음식을 내놓는 것이 아닌 일단 초벌로 내놓고 손님이 직접 끓여 먹도록 했다는 가설이 있다. 어찌 되었든 종로, 을지로 근처 이른바 서울 구도심 부근에서 유래된 요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지금도 동대문, 종로, 을지로 부근엔 닭한마리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식당이 많으며, 관광차 온 외국인 손님들이 맵지 않고 담백하게 즐길 수 있는 한국식 닭 요리로 각광받고 있다. 그 부근 식당의 특성상 큰 세숫대야 같은 양은냄비에 끓이는 풍경이 가장 익숙하다. 몇 안 되는 '서울 고유의 음식'이라 부를 만한 음식이다. 개화기 이전까지 '서울'의 범위는 굉장히 좁았고, 서울 사람이라고 분류할 만한 집단도 거의 없었다. 일제강점기 당시 '경성'과 한국전쟁 직후의 '서울'만 하더라도 큰 차이는 없었으며, 서울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것은 이촌향도 시기인 1970년대 이후부터다. 물론 서울에 거주하는 왕실의 궁중 요리나 고위 사대부 집안의 음식도 엄밀히 따지면 '서울 음식'이라고 부를 수는 있지만, 이런 '높으신 분들'이 아닌 '서울의 일반인'들이 먹는 '서울 음식'이라고 명명할 요리는 딱히 없었던 것. 즉 닭한마리는 '서울'이라는 지역이 지역적 정체감을 만들어나간 이후에 생긴 초창기의 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름도 일반명사스럽고, 전국에 널리 퍼지지 않은 서울 구도심심 지역에서 주로 먹는 음식이라 종로, 동대문을 비롯한 이른바 성저십리 안쪽을 자주 왕래할 일이 없는 사람들은 잘 모르는 음식이다. 오히려 한국인보다는 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각종 고궁들과 북촌한옥마을들이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을 거의 필수로 들르게 되는 일본이나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더 유명한 한국 음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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